치즈에는 왜 구멍이 생길까? (치즈의 발효, 구멍이 만들어지는 과정, 모든 치즈에 구멍이 있을까)
치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습 중 하나가 동그란 구멍이 숭숭 뚫린 노란 치즈일 것이다. 만화나 광고에서도 구멍이 있는 치즈가 자주 등장하다 보니 모든 치즈에는 원래 구멍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멍이 있는 치즈보다 없는 치즈가 훨씬 많으며, 치즈마다 모양이 다른 데에는 발효 과정의 차이가 숨어 있다. 치즈 속 구멍은 사람이 일부러 뚫은 것이 아니라 미생물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번 글에서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발효 과정과 구멍이 생기는 이유를 차례대로 살펴보며 치즈에 담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알아보겠다.
치즈의 발효
치즈는 우유를 단순히 굳힌 식품이 아니라 미생물의 발효를 통해 맛과 향, 식감을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발효 식품이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를 시작한다. 유산균은 우유 속의 유당(젖당)을 분해해 젖산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우유의 산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산도가 변하면 우유 속 단백질인 카제인이 서로 뭉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여기에 응유효소(레닛)를 넣으면 카제인이 단단하게 응고되어 커드(Curd)와 유청(Whey)으로 나뉜다. 커드는 우리가 치즈로 먹게 되는 부분이며, 유청은 대부분 분리된다. 이후 커드를 자르고, 저어 주고, 눌러 모양을 만든 뒤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숙성시키면 비로소 치즈가 완성된다.
치즈의 맛과 향은 숙성 과정에서 크게 달라진다. 숙성 중에는 유산균과 다양한 미생물이 단백질과 지방을 조금씩 분해하면서 고소한 풍미와 깊은 향을 만들어 낸다. 숙성 기간이 짧은 모차렐라나 리코타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내는 반면, 체다나 고다처럼 몇 달 이상 숙성하는 치즈는 더욱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갖게 된다.
또한 치즈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미생물도 다르다. 어떤 치즈는 곰팡이를 이용해 숙성시키고, 어떤 치즈는 특정 세균을 활용해 독특한 향과 조직을 만든다. 이처럼 치즈는 같은 우유로 시작하더라도 발효 방법과 숙성 환경에 따라 수백 가지의 다양한 종류로 탄생한다.
구멍이 만들어지는 과정
치즈 속 구멍은 사람이 일부러 뚫은 것이 아니라 숙성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 낸 이산화탄소(CO₂) 때문에 생긴다. 특히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큰 치즈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Propionibacterium)이라는 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미생물은 유산균이 만들어 낸 젖산을 영양분으로 이용하며 발효를 계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숙성 초기에 치즈는 아직 부드럽고 탄력이 있기 때문에 생성된 기체가 바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대신 내부에 조금씩 모이면서 작은 기포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 압력이 높아지면 둥근 빈 공간으로 커진다. 치즈를 자르면 보이는 동그란 구멍은 바로 이러한 기체가 남긴 흔적이다.
구멍의 크기와 개수는 숙성 온도와 습도, 발효 시간, 사용하는 미생물의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미생물의 활동이 줄어 기체가 적게 만들어지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발효가 지나치게 빨라져 치즈의 조직이 고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치즈 제조업체는 숙성실의 환경을 세심하게 관리하여 원하는 품질과 모양을 유지한다.
예전에는 구멍이 크고 많을수록 발효가 잘된 치즈라고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일정한 크기와 균일한 분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품질 기준으로 평가된다.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하는 크기의 구멍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치즈마다 특성에 맞는 숙성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모든 치즈에 구멍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치즈를 떠올리면 구멍이 숭숭 뚫린 노란 치즈를 먼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전 세계에는 수천 종류의 치즈가 있으며, 구멍이 있는 치즈보다 없는 치즈가 훨씬 많다.
대표적으로 모차렐라, 체다, 크림치즈, 리코타, 마스카르포네는 거의 구멍이 없는 치즈다. 사용하는 유산균과 제조 방법이 다르고 숙성 기간도 짧거나 기체를 많이 만드는 미생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에 큰 기포가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 에멘탈, 마스담 등 일부 스위스 계열 치즈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그래서 치즈 속에 둥글고 큰 구멍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우리가 만화나 광고에서 자주 보는 '구멍 치즈'도 대부분 이러한 스위스 치즈를 모델로 한 것이다.
치즈의 구멍은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물론 같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구멍이 있는 치즈는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를 갖는 경우가 많지만, 치즈의 맛은 원유의 종류와 지방 함량, 숙성 기간, 미생물의 종류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멍이 없다고 품질이 낮거나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치즈 속 구멍은 모든 치즈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니라 일부 치즈에서만 나타나는 발효의 결과다. 치즈마다 사용하는 미생물과 숙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양과 식감, 향도 모두 달라지며, 이것이 치즈를 더욱 다양하고 매력적인 식품으로 만드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